방랑시인 김삿갓.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세상이 싫든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없는
이 거리 저 마을로
손을 젓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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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라고 불려 오던 너
정공은 문관이면서도 충성을 다하지 않았더냐
너는 적에게 항복한 한나라의 이릉 같은 놈이요.
정시의 공명은 송나라의 악비처럼 길이 빛나리로다.
시인은 이런 일에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칼을 어루만지며 물가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노라
선천은 자고로 대장이 지켜 오는 큰 고을이기에
가산보다도 의를 앞서 가며 지켜야 할 곳이 아니었더냐.
두 사람은 다 같은 조정의 신하였는데
죽어야 할 곳에서 어찌 두 마음을 먹었더란 말이냐
태평 성대와 다름없던 신미년 그 해에
관서에서 풍운이 일었으니 그 무슨 변괴이더냐.
주나라를 존중하려고 충신 노중련이 나왔고,
한족 촉을 돕기 위해서는 제갈량이 나왔드시
우리나라에도 만고의 충신 정가산이 나와
풍진을 맨손으로 막아 내려다 죽지 않았더냐.
전사한 충신의 명성을은 갈수록 높아 갈 것이니
그 이름은 가을 하늘에 태양처럼 빛날 것이요,
혼백은 남묘로 돌아와 악비와 같이 살게 될 것이고
뼈는 서산에 묻혀 백이 숙제와 이웃하게 될 것이로다.
서북으로부터 개탄할 소식이 들려 오기에
어느 가문에서 나온 벼슬아치냐고 물어 보았더니
문벌은 명성이 드높은 안동 김씨요
항렬은 장안에서 소문난 순자 돌림이 아니더냐.
가문이 훌륭하여 성은도 두터웠을 것이니
백만 대적 앞에서도 의를 굽히지 않았어야 할 것을
청천 강물에 고이 씻긴 병마는 어디다 두고
철옹산에 간직했던 궁시는 어떻게 했단 말이냐.
임금님 앞에 꿇어 엎드리던 바로 그 무릎으로
서북 흉적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했으니
너는 죽어 황천에도 못 갈 놈이라
저승에는 선대왕이 계실 것이니 말이다.
너는 임금도 배반하고 조상도 배반한 놈
한 번 죽어서는 너무 가볍고 만 번 죽어야 마땅하다
춘추의 필법을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치욕적인 이 사실은 역사에 남겨 길이 전해야 하리라.
…
………………세상을 피신하여 사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장성하면서, 영월 백일장에서 위와 같은 시를 갈겼다.
이 시 한 수가 계기가 되어 천하를 떠돌게 된다.
‘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85년전 1826년 순조 32년,
문장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역적의 자손이라는 멍애 때문에 출세의 길은 막혀버렸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시골에서 가족들과 평범하게 살기에는 세상에 대한 미련과 울분, 자신의 조상을 욕한 죄책감이 너무 컸던
길에서 일생을 보낸 김삿갓, 그는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걷고 걸으며 과연 행복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을까…. 내가 김삿갓을 알기전까진 김삿갓은 방랑하며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인생을 보냈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게 더 이상 자유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몸은 비록 얽메이는 것 하나 없이 자유로우나 마음은 그 무엇으로 채울 수 없는 헛헛한, 세상을 향해 독설을 퍼붓지만 그런 세상에 대한 미련조차 버리지 못해 괴로워하는 한 남자가 훤히 보인다.
평생을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곳저곳을 떠돌며 길 위에서 보낸 그의 생의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향한 아들의 손을 뿌리치고 방랑길을 택한다. 넘치는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면서도 끝내 세상을 등지지 않고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놓지 못했던 김삿갓, 그는 과연 길에서 그 위안을 얻었을까
취옹 노인과 시 한수 주고 받기
김병연은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생기는 대로
시시 비비를 제대로 가리며 살아 보세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물건 매매는 세월 돌아 가는 대로
세상 만사 내 마음대로 안 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내세.
취옹 노인은 하늘가에 떠 있는 초승달을 잠시 우러러보다가 문득 시 한수를
그대 가면 이 봄을 누구와 함께 노닐고
새는 울고 꽃은 떨어지고 물은 흐르네
지금 그대를 배웅하여 냇가에 섰으니
뒷날 내 생각나거든 냇가에 와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