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글

  • 전체
  • 토론광장
  • 동호회
  • 미니홈
목록 윗글 아래글
돼지벌금통 에피소드 2015/05/03 00:43
진달래2000


봄날, 부산에 사는 아는 분이 한창 분양을 하고 있습니다. 뭘 분양하냐면요. 빌라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닙니다. 바로 돼지. 백원 먹는, 물론 천원도 먹는 돼지저금통을 분양하는 거지요. 백원 먹는 돼지저금통을 분양하는 곳은 부산 감만종합복지관입니다. 그곳에서는 주변 가게나 지인들에게 돼지저금통을 분양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지요. 후원금은 당연히 지역사회 복지에 사용할 계획이랍니다. 혹시 백원씩 모아 얼마나 큰돈 될까 하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백원짜리 먹는 돼지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백원 먹는 돼지가 수백 마리 수천 마리라고 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다음은 돼지저금통 하면 떠오르는 '돼지벌금통' 에피소드. ★★★ 2001년 10월 초, 우리 부부는 서울 은평구 소재 주택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나는 집에서 지하철역이 가까워 좋았고 아내는 아내대로 넓은 거실을 맘에 들어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11월 말에 전기와 가스 요금이 엄청 많이 나왔습니다. 전기 요금이 21,740원, 가스 요금이 49,560원. 둘을 합하니 7만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방과 거실이 좀 넓어졌고, 날씨가 서늘해진 것을 감안해도 예상을 초과한 금액이었습니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한 겨울에도 7만원을 넘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가스 요금이 더 나올 거라며 아내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날 저녁, 아내가 가계부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자기야. 전기와 가스 요금도 무시 못 하겠어." 나는 가계부를 대충 훑어보면서 말했습니다. "좀더 늘어나면 내 월급의 *0분의 1이 되겠네." "지금 농담할 때야!" 아내가 화를 내는 바람에 이렇게 둘러댔습니다. "앞으로 전기와 가스를 아껴 쓰자." “좋지.” 그 날부터 나와 아내는 에너지 절약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에너지를 절약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전등도 잘 끄고 가스도 절약했지만, 곧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화장실 전등은 켜 놓기 일쑤였고, 좀 춥다 싶으면 밤새 보일러를 돌렸죠.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돌아오니 책상 위에 돼지저금통이 하나 놓여져 있었습니다. 나는 돼지저금통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물었습니다. "이 돼지 뭐야?" "벌금통이야." "벌금통?" "앞으로 전기나 가스 절약을 안 하면 벌금을 내기로 해." "벌금이라고? 좀 유치하다." "뭐가 유치하다는 거야. 안 그러면 에너지 절약은 불가능해." "알았어. 벌금은 얼마로 해?" "한 번에 오백원. 어때?" "좋아." 그 뒤부터 나와 아내는 서로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화장실 전등이 켜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나는 상을 차리던 아내한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자기 화장실에 갔다 왔지?" "아차!" 아내는 그제야 불을 안 끈 게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났습니다. "불은 내가 껐으니까 벌금이나 내셔." 나는 아내의 팔을 이끌고 돼지저금통 앞으로 갔습니다. 아내는 몹시 아쌉다는 표정으로 벌금통에 오백원짜리 동전을 넣었지요. 하루이틀이 지나면서 돼지벌금통에 돈이 쌓여 갔습니다. 나는 컴퓨터 전원을 끄지 않아서 벌금을 냈고 아내는 가스렌지에 찌개를 올려놓고 태우는 바람에 벌금을 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전기와 가스요금 고지서가 나왔습니다. 나는 아내가 건넨 요금 고지서를 지난 달 영수증과 비교해보고는 실망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요금이 더 많이 나왔잖아?" 한 달 동안 벌금을 내면서 에너지 절약을 했건만 더 많이 나온 요금고지서를 보니 실망할 수밖에요. 그러자 아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보 아냐? 이건 이 달에 쓴 게 아냐. 지난 달 요금이야." "그래?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 뒤 우리 부부는 화장실이나 현관의 전등은 제대로 껐는지 늘 확인했고,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빼놓고 외출했습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도 보일러를 잠시 돌렸다가 끄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일어나 보니 보일러가 윙윙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자고 있는 아내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왜 밤새 보일러를 켜놨어!" "당신이 어젯밤에 기침을 심하게 하길래 켜놨어." 나는 속으로 고마웠지만 태연한 척 말했습니다. "그래. 하지만 벌금은 내는 거 알지?" "자기 너무한다. 너무 해." 나는 '이번만큼은 정상을 참작해 주겠어.' 하고 말하고 싶었는데,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나를 위해 보일러를 켜 준 건 고마워. 하지만 나중에 보일러 끄고 잤어야지, 안 그래?" 그러자 아내가 이불을 확 뒤집어쓰면서 말했습니다. "알았어! 이따 내면 되잖아!" 결국 그날 나는 치맥을 사다가 아내의 기분을 풀어 주었습니다. 벌금 오백원 내게 하려다가 훨씬 더 많은 돈이 들고 말았습니다. 나는 맥주를 마셔서인지 기분이 풀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전기와 가스요금이 적게 나올 테니까 용돈 좀 올려 줘. 그새 벌금 내느라 용돈이 바닥났어." 아내는 어림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자기, 내년 가을에 어머님 환갑이신 거 알아? 그때 돼지 잡아 환갑잔치에 보태야 돼."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나와 아내는 서로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돼지벌금통이 꽉 차면 어머니 환갑잔치에 보탤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요, 아직 돼지벌금통이 반의 반도 차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다 찰까 모르겠네요. * 친애하는 셀트리온 주주 여러분. 게시판을 보니 추어탕이 생각나는 봄날 저녁입니다. 맛저녁 하세요.

25

  • wog84 05.02 19:33

    어머니 환갑에 돼지도(저금통) 잡고 벌금통도 보태고하시면 뿌듯한 환갑 해드리겠어요^^^^^서로 의논하며 사시는 모습 참 좋아요^^^ 신고

  • 죠낸버티기 05.02 22:35

    가슴 따뜻한 글...항상 고맙습니다.. 신고

  • 사리곰탕 05.02 23:25

    정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고

  • is1988 05.03 00:41

    추어탕은 가을이 제맛인디 ㅎ 신고

  • 0투리0 05.03 05:31

    감시라 쓰고 사랑이라 읽겠어요.. ^^ 신고

  • brain1120 05.03 07:44

    많은걸 받았는데 추천밖에 드릴게 없어요 ^^ 감사합니다. 신고

  • helloshs 05.03 08:40

    와...수필 문체가 좋으시네요^^ 신고

  • 설악단풍 05.03 08:41

    삶에 향기가 아름다우신 분들이네요. ^^ 신고

  • eorsin 05.03 09:03

    맛깔나는 글이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네요 ~^^ 신고

  • tuduli007 05.03 10:23

    진달래님... 죤 글 항상 감사함다~ 가슴 뭉클^^
    황금 연휴 맛난거 많이 드시궁! 즐건 시간 되시라능..ㅎㅎ
    신고

  • 존버대마왕 05.03 11:40

    행복이 느껴지네요~^^
    저도 잔돈은 따로 모으는데 한번 정리할때마다
    이십만원 이상 되더라구요
    셀푸어일땐 큰 힘이 되더라능~ㅋ 신고

한마디 쓰기 현재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목록 윗글 아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