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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짓말쟁이 삼촌입니다.. 2010/05/13 17:59

치킨버거시러

2010년 4월 어느날..

마트에서 조카는 33,000원짜리 장난감을 사 달라고 형님 내외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철썩같이 손가락을 걸고 조카와 약속을 했다..

“큰 삼촌이 어린이날에 파워레인져 에어포스 아니, 시리즈 별로 몽땅 다 사 줄게..

가자!!”

“싫져, 지금 사줘 삼춘..”

“5월달에 삼촌 돈 벌면 사 줄게 약속? 응?”

“엉, 우리 삼춘 최고! 삼춘 좋아.. 뽀뽀”

어린 조카는 삼춘이 최고라며 나의 볼에 마구마구 뽀뽀를 해줬다..

나는 정말이지 행복했다..

근데 큰일이다..

비록 장난감이지만 그것도 일제품이라고 시리즈 별로 다 합쳐 60만원이 훨씬 넘는다..

비록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는 집이지만.. 아이 장난감에 만원짜리 수십장을

지불 할 수 있는 그런 부유한 가정은 아니었다..

아니, 직장하나 변변치 않는 못난 삼촌은 그 동안 살아 왔던 30년의 세월을 뒤로 한 채,

꿈을 찾아 공부하는 평범한 청년이 아닌가..

어쨌든 매우 부담스런 가격임에 틀림 없었다..

이윽고, 5월5일 어린이날..

결국, 나는 조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갑작스레 불거진 그리스와 유로 위기에 이에 출렁였던 하이닉스..

그 삼촌은 하이닉스에 이미 모든걸 걸어놓은 상태였다..

‘좀만, 더 지켜보자.. 내일은 오르겠지.. 조금만 참고 기달리자.. 조금만 더..’를 수천번

되뇌이며 삼촌은 생활비까지 쪼개 고이고이 넣었던 하이닉스를 매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조카와의 약속은 무산 되었고..

조카는 '거짓말쟁이 삼춘'이라며 5분여간을 앙앙 울어댔다..

너무나 당황되고 나도 울고 싶었다.. 젠장할.. 미안해..

이미 나는 거짓말쟁이 삼촌이 되어 있었고,

빨개 벗고 대중앞에 서 있는 보다 더한 수치심과 미안함을

5살짜리 조카에게 뼈 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 동안 눈앞에 펼쳐졌던 수익들..

장투라는 솔직하지 못한 내 핑계 때문일까,

오늘보니 그나마 유지했던 수익은 더욱 날라가고 없었다..

‘이상하네.. 공매도 때문에 그러나.. 너무 빠지네..’

‘아니면 나를 속인것일까? 아니야.. 아니겠지..’

다시봐도 그나마 손에 쥘 수 있었던 돈 천만원의 수익은

그렇게 게 눈 감취 듯 자취를 감췄다..

그랬다.. 나의 욕심과 ‘준비되지 않은 매수 그리고 책임지질 못한 믿음’에 하이닉

스의 풍전등화 같던 수익은 허망히 떠나 버리고 없었던 것이다..

오늘은 공부도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계속 불안했다..

‘더 떨어지면 안 되는데, 나 조카랑 약속 꼭 지켜야 하는데..’

씁쓸한 마음과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은 커피5잔 빼고는 아무것

도 먹은게 없었다..

전일 마셨던 술에 탈이 난 것 같지만 오늘도 역시 삼겹살에 쏘주 한잔 들이키고 싶었지

만 꾹 참았다..

왠지 거짓말쟁이, 바보같은 삼촌은 무엇하나 먹을 자격, 돈을 쓸 자격이 없을것 같아,

자격지심에 담배 한 대만 태웠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뭐하나 싶어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돈이 뭔지,

맞짱 한 번 뜨고 싶다는 알 수 없는 미움이 솟구쳤다..

30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나는 정말이지 부자가 되고 싶었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몰라 닥치는 대로 일만 했었고 또 죽도록 공부만 했었다..

내 친구들이 또래끼리 어울려 다니며 청소년기를 보낼 때 나는 4,50대 아저씨들과 공사

판에서 벽돌을 날랐고, 돈을 많이 준다는 아스팔트 현장에 나가서는 홀에 빠져 죽을 고

비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난 아르바이트로 화려하게 보냈던 나의 십대 시절이 부끄

럽지는 않다.. 오죽했으면 병역도 직업군인으로 갈 정도 였으니..

돈에 대해 남달랐던 나의 욕심은 주변 사람들이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계속 이어졌고,

은행과 증권회사, 부동산은 이미 당구장과 도서관보다 나에게 더욱 친숙한 장소가 되어

있었다..

전에 사귀었던 애인과도 돈 때문에 헤어졌으니..

지금 생각하면 진짜 바보가 아닌가 싶다..

영화구경 하고 싶다던 애인의 조름에 다운 받은 영화를 보고

팝콘 대신 강냉이를 씹으며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 자판기 커피만 마시고..

마트 세일하는 곳은 다 돌아 다니며 50% 세일하는 쭈쭈바를 입에 물며 행복한 줄 알았

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궁상맞게 살기 싫다며 나의 곁을 떠났다..

조금만 더 모으면 편의점 하나 차릴 수 있는데..

그녀와 헤어진 후 연애와 결혼은 나에게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치 중에 하나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 남은건.. 취업준비생의 명목으로 유지되는 백수 타이틀.. -10%가 넘는 펀드

증권 3개.. 보험.. 그리고 하이닉스 등등등..

바보같은 나는,

꿈과 현실에서 구분조차 못한채,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하이닉스를 살 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었다..

몇 번은 심약한 개미로 기관에게 물량도 털려 보았고 이래저래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나는 HTS에 하이닉스라는 단어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다.

우선 수익이 나면 방 2개짜리 전셋집으로 이사 가고 싶었고..

부모님의 차에 가죽 시트와 네비게이션을 달아 드리고 싶었고

그리고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조카에게 슈퍼맨 삼촌이 되고 싶었다..

친구들에게는 고기 한번 실컷 사주고 싶었고.. 또 연애도 하고 싶었고..

그리고 우선은 무엇보다도 제 옷 한번 마음껏 사지 못하시던 부모님께..

여행이라도 다녀 오시라 용돈을 넉넉히 드리고 싶었다..

화장품 하나 사면 샘플에 뭐에 잔뜩 받아 오시는 엄마를 보면서

백화점에서 파는 명품 화장품 한번 사 드리고 싶었고 그리고..

그리고..첫 출근때 입고 가고픈 인터메죠 정장,

공부할 때 유용히 쓰이는 PMP가 갖고 싶었다..

그리 호화스럽게 사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그리도 꾸지 못할 헛 된 욕심이었는지..

그랬다.. 지금이야.. 알았다..

이제야 알았다.. 그것은 내가 상상한 일장춘몽 일 뿐 이었다..

나는 내 상상 속 에서만 떳떳하고 멋진 삼촌.

효자 아들로 행복했던 상상만 했을 뿐 이었다..

상상속의 하이닉스에 대한 나의 헛된 꿈은 하느님의 그것보다 위대했다..

하이닉스에 병신처럼 목매달고 겁먹은 거짓말쟁이 삼촌..

부모님께 항상 궁상스런 모습만 보이는 철부지 아들..

지인들에게 돈에 환장한 놈이라고 낙인찍힌 그는..

바로 현실에서의 나였다..

이글을 쓰는 지금.. 눈물이 난다..

억울하고 슬프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꿈만 꿨는지..

하이닉스.. 이제 정리 하려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이제는 모든 걸 정리하고 주식은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다..

“하이닉스 넌 끝까지 날 힘들게 하는구나..”

‘그러면 안돼!! 나쁜 자식아..’

팍스넷에 어떤분은 전세금을 빼서 하이닉스에 투자했다고 한다..

대학 입학하는 아들 녀석에게 컴퓨터를 사주고 싶다고 하셨다..

나도 내 조카에게 좋은 삼촌이 되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하이닉스야 가라.. 꺼져라.. "

"이제는 널 잊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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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ss 05.13 08:54
누구나 하이닉스 보유자는 그른생각하고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른데 이제와서 어찌리요
조금드 참아봅시다^^
주식은 팔기전에는 돈이 아닌~종이쪼가리로 보아야 합니다 ㅎㅎ^^ 신고
뒷짱구 05.13 11:28
개미들한테 정말 애증의 관계인 하이닉스...힘내십쇼 웃을 수 있는 날이 있겠지요 신고
카니야 05.14 08:04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오셨네요 하이닉스뿐 아니라 대부분이 바닥을 헤매고 있으니 ...조금더 넉넉한 마음으로 보심은 어떨까 싶네요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