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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귤 파는 아저씨... 2010/02/10 13:13

접몽효과

몇일전 부터 가랑비가 오는듯 마는듯 계속된다.

포근한 기온과 자욱한 안개는 마치 지금이 봄이라도 되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날씨가 이런날 재래시장 상점은 특히 손님이 없다.

어제도 그 무료함을 인터넷 서핑과 음악들로 달래고 있는데 어디선가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귤 사세요 싸게 팝니다. 10키로 한박스 5천원~~~~~~~"

녹음되어 반복되는 소리와함께 트럭 한대가 귤박스를 싣고 상점앞을 지나간다.

나는 슬그머니 그곳으로 다가가보았다.

트럭 화물칸엔 지붕이 없어서 오락가락하는 가랑비에 귤박스가 약간씩 젖었고

귤파는 분은 오는비에 다급하고 짜증스러운지 거저주다시피 귤을 팔고 있었다.

그나마 비오는 날씨라 시장을 나다니는 사람들은 극히 적었고

상점 주인들에게라도 귤을 처분하려는듯 보였다.

귤장수는 귤이 상태가 어떤지 눈치를 보는 나에게 귤 한박스를 권한다.

귤박스는 이미 가랑비에 약간 젖어서 위험해 보였다.

"비 맞으면 귤이 썩을텐데... 괜찮을까요?" 라며 주저하는 나에게

귤장수는 속은 말짱하다며 5천원이면 거저인데 하면서 한박스를 이미 내앞에 들이밀었다.

귤박스 안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나는 잠시 머리를 굴리길...

이 가격이면 설사 반이 썩어 못먹는다 해도 손해는 아니겠구나... 생각했고 그것을 샀다.

저녁에 집에 와서 박스를 열어보니 귤이 약간 시들은듯한 기미는 있어도 말짱했다.

오히려 약간 시들한 기가 있어서 귤맛은 더 달고 맛이 좋았다.

어제 오늘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보고있으니

왠지 비오는 날 귤장수 아저씨가 생각난다.

과거 개미라 불리는 일반투자자들은 대체로 이런 분위기에서 저 귤장수처럼

가진 주식을 공포감에 몰려 최저가에 던져버리곤 했었다.

그렇게 몇번의 손해를 보고나면 인간인이상 이런 주식판에서

더이상 투자랍시고 하는 한심한 삽질을 끊고싶은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게 긴세월 개미투자자들은 이 시장으로 들어오고 퇴출되기를 수십번...

이젠 이 시장에 개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베테랑들만 남은듯 싶다.

마지못해 귤 매수해주는 상점의 주인들처럼

절대적인 가치로봐서 손해보지 않을 수준이라면 사심없이 담아가는 노련한 개미들...

시장의 오래된 개미투자자들은 자신이 이익을 내는 돈이 기관이나 외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귤장수같은 개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렇다고해서... 아무리 돈이면 다되는 세상이라지만...

야비스러운 글질로 아직 경험이 많지않은 미숙한 개미들을 더욱 공포에 몰아넣는 그런 짓을 한다면

그것은 정말 악업을 쌓는 행위이며 자신의 삶으로 봐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솔직히 말해 이젠 서서히 분할매수에 임해야 할 시기 맞지않는가?

오늘도 비는 더 많이 내린다. 벌써 삼일째 가랑비가 오락가락 한다.

아침 출근길에 바다를 보니 호수처럼 더없이 잔잔한 바다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깐 곁눈질로 비오는 바다를 감상하면서 몇몇 단어의 조합이 떠올랐다.

비오는 바다에 가보았네

비는 그곳 하늘에도 내리고 있었지

바다 속에도 산이있고 숲과 나무가 있고 노래하는 물고기가 있었어

그리고 내리는 비는 그곳에도 강처럼 흐르고 있었지...

비오는 바다에 가보았네

비는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바다도 울고 있었지

파란 하늘에 비치는 은빛 여울을 기다리며...

2010. 2월 설연휴를 앞둔 목요일...

蝶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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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f23zfr 02.1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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