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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낙엽, 병원 그리고 주식 생애... 2009/11/10 17:29

접몽효과

부업삼아 트레이딩을 하는 나는 지금은 오히려 부업으로 밀려버린 상점으로 출근하기 전

언제나 한시간 정도는 장을 살피고 가끔 필이 통하면 간단하게 매매에 집중하기도 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트레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아침 시간대에 일거리가 생기면

트레이더는 뭐든 조금 꺼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날씨가 험하다며 아버지께서 일,이주에 한번 들르시는 병원에 좀 데려다 달라고 하신다.

평소 모셔드린다고 해도 어머니와 두분이서 산책삼아 다녀오시겠다며 늘 고집을 부리시곤 했으니

얼른 후다닥 컴을 끄고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달리 바람이 심하다. 진짜 겨울이 오려는가...

미친듯 불어대는 바람에 붉게 물든 가로수 단풍들이 마구 휘날리며 떨어진다.

노령화 사회라고 말만 들었지 평소엔 못느끼다가 언제나 병원이란 곳을 오면 실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노인이다.

노인분들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다보니 그 짧은 순간에도 참 많은 것을 느낀다.

곱게 늙으신분, 심술도 많아 보이고 험악하신분, 고생을 많이 하신분, 얼굴이 선한분 등등...

긴 세월의 흔적이 그분들 얼굴과 표정 하나하나에 다 녹아들어 있다.

세상 만사에 생로병사가 존재하며 심지어 무생물도 긴 세월에 걸쳐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노화와 소멸이라는 과정이 존재한다.

이런저런 허전한 상념에 젖어 진료를 기다리다가 문득 인간이 만든 주식이란 놈도

그 원리를 적용하면 마찬가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사이클이라는 거대한 흐름... 리쎄션이라는 경기의 겨울을 앞두고 찬 바람이 불면

부실한 회사들은 먼저 낙엽처럼 떨어져 바닥에 뒹굴며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가거나 불태워진다.

더 혹독한 겨울이 오면 한 시대를 풍미하던 천하장사도 세월 앞엔 늙어가며 초라해지듯

한 세기를 호령하던 거대기업도 결국 늙고 그 동력이 다해 점점 쇠퇴하다 병원에 가고

수술을 하기도 하고 잘되어서 회춘하거나 회복못하고 결국 무너지기도 한다.

이 지구촌에 거대한 영웅호걸 주식의 생애들만 있으랴, 태평양 바다나 집 앞 웅덩이나 마찬가지

동일한 법칙의 프렉탈 무늬가 반복 디자인 된다.

변방의 3시장 약소국 코리아, 그 중에도 개사기판이라 일컬어지는 코스닥에도

수많은 주식들의 생이 마찬가지로 피고진다.

툭하면 증자니 전환사채니 하면서 가족 피빨아먹고 자라나던 놈은 죽을때까지 사기치며

평생 남의 등이나 치는 그런 삶을 살다가 휴지로 사라진다.

기가 막히게 급성장 하면서 성공신화를 쓰던 사람이 성공에 취해 자만심으로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듯

주식의 생애 역시 화려하게 잘나가다 조로해버리는 그런 종목들이 비일비재하다.

차분하게 무리하지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일명 '샌님' 스타일 인생은 비록 가늘고 길게 살아가지만

편안하고 곱게 늙어가는 맛이 있다. 역시 그런 성격의 주식도 가만보면 참 많다.

인간이 만든 주식은 결국 인간을 닮았고 그것에 인간이 투자를 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이것은 선택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른 선택.

굵고 짧게 살아가느냐? 가늘고 길게 살아가느냐? 라는 것 중 어느 것이 우월하다 말하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따른 인생길의 선택이듯,

주식의 다양한 종류를 판단하며 그들에게 자신의 재산 일부를 싣고서 인생을 살아가는

투자자의 삶 역시 자신의 취향 혹은 그릇에 걸맞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다 감수하듯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투자자가 지는 것.

따라서 자신에 대한 성찰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투자의 첫 걸음이고

다음은 자신에게 잘 맞는 선택과 선택에 걸맞는 수준의 책임을 지는 것.

그러고 보면 투자니 주식이니 하는 이런 것들의 실체는 너무 부질없고 단순하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휴~~~~~~~~~~~~~~~~

2009. 11월 겨울로 가기 위한 비 우울하게 내리던 화요일...

蝶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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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trader 11.11 10:37
접몽님 글이...왠지...무겁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굴레처럼 지고가야 되는 부분 아닐까싶기도 하고요
내가 선택하는 나의 인생이니만큼 갈땐까지는 가봐야 되지 않을까도 싶고요
^^
왠지 무거워 보이는 느낌에 주제 넘게 올려봅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