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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다, 사파이어 계절 회상... 2009/09/04 00:51

접몽효과

하늘이 푸르면 바다는 더욱 푸르다.

아침 눈뜨면 바다를 살피는 일, 그것은 일종의 습관이다.

딥블루 사파이어의 빛깔이 온통 눈부시게 보인다.

칙칙하고 습하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깔끔한 느낌으로 다가온 가을이라는 의미이다.

바닷가 줄지어 늘어선 횟집동네...

내가 출근할때 늘 지나치는 곳이다.

유년시절 동네 아이들과 작은 산고개를 넘어 이곳 부둣가로 낚시를 가곤했다.

기억이 잘 안나지만 20원인가 하면 사는 조그만 미니 줄낚시와 바늘 세트였고

지렁이 입갑 살 돈이 없어 낚시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한두마리 얻어서

낚시 같지도 않은 낚시를 하곤 했다.

그래도 그 시절 바다는 맑아서 바닥에 도다리가가 넙죽넙죽 누워 있는 것이 훤히 보이기도 했고

한두마리 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면 자랑스럽게 그것을 들고 다시 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께 자랑을 했다.

도다리 피부가 거의 말라 건조된 물고기가 되었어도 뭐가 그리 자랑스럽고 좋았던지...

보통 그런 날엔 우리집 멍멍이가 행복한 날이었다. 개밥에 도다리가 들었으니...

하루는 횟집 근처 하구수 뚜겅이 열려 있었는데...

호기심에 그 안을 살펴보니 하숫물 사이로 물고기가 드문드문 죽어서 썩어가고 있었다.

난도질 당해 죽을 운명을 미리 안지는 모르지만

횟집 수족관에서 탈출해서 기껏 도망간 곳이

하수구 안 이었으니 바닷고기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뱀장어 한마리가 아직 살아서 하숫물 사이로 이리저리 나갈 곳을 찾는 것이었다.

뱀장어 역시 죽기직전이라 그런지 힘이 없어보였다.

어린 마음에 괜히 뱀장어가 불쌍해보였다.

더러운 하숫물 이라는 것도 감수하고 손을 뻗어 뱀장어를 살며시 건저내었다.

마음이 통한걸까? 뱀장어는 얌전하게 내 손 안에 잡혀주었다.

그리고 나는 냅다 부둣가를 향해 뛰었다.

누군가 야, 이녀석들~ 하며 소리치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횟집 주인이 자기네 물고기를 훔쳐가는 줄 알았나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어라 부두로 뛰었다.

그 사이 뱀장어가 혹시 죽어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웠고

저 아저씨에게 잡히면 뱀장어는 죽음을 각오한 탈출의 노력도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어

다시 난도질 당하는 신세가 될것이다.

이윽고 바다를 향해 던지며 소리쳤다.

다시 잡히지 말고 잘살아~~~~~~~~~~~~~~

퐁~하고 물을 약간 일으키며 물속으로 들어간 뱀장어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그 바다...

그 투명하고 선명한 사파이어 빛...

이렇게 선명한 바다는 순간적인 타임머쉰을 타고

오래된 기억 한 조각을 필름처럼 눈 앞에 펼쳐보여준다..

그때 그 뱀장어는 남은 생을 잘 살았을까?

그리고 멋진 마도로스가 되어 전 세계 곳곳을 방랑하고 싶었던 소년은

지금도 바다 근처만 빙빙 돌며 늙어가고 있다.

2009년 9월 가을빛에 마음이 횡한 어느날...

蝶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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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다시마 09.04 23:38
접몽님..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어릴 때는 아니고 얼마 전에 저희집 근처에 양재천이라는 개울이 있는데(바다랑은 포스가 차이나지만^^)비가 너무 와서 개울물이 넘쳐서 물고기들이 풀숲에 나와서 죽어가는거예요 징그러워서 살아있는 물고기 못 만지는데 죽어가는 게 너무 불쌍해서 얼른 들어서 몇 마리 물 속에 다시 넣어주었답니다 제발 살아서 오래오래 살아라 마음속으로 외치면서요..근데 아직도 움직이는 듯한 비늘의 느낌이 손바닥에 남아있네요..좀 무서웠어요..^^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신고
접몽효과 09.05 09:43
안녕하세요? 다시마님... 사람 마음은 다 같은가 봅니다. ㅎㅎㅎ 저 역시 몇십년이 지난 낡은 이야기지만 아직도 손에 뱀장어의 그 미끄러운 느낌이 남아 있답니다. 다시마님 미국에서 신종플루 조심하세요. 제가 아는 미국 지인은 이번에 호되게 고생했습디다. 걸린줄도 모르고 화콜이랑 진통제로 일주일을 버텼고 이제 거의 다 나았다고 하네요... 일반 독감보다는 조금 더 독하다고 하네요,. 그래도 너무 공포는 갖지마시구요...항생제, 소염제 잘먹어주면 보통 일주일이면 낫는다고는 하네요... 다시마님의 잔잔한 미국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