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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보자. 2008/10/21 17:08

최강차트분석

흔히 주식은 심리게임이라고들 한다. 그것은 시장에 참여한 모든 투자자들의 심리, 매시각 흔들리고 변화하는 인간의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탐욕과 공포가 쉴새없이 교차하는 곳이자 시간에 따라 그 교차점들의 궤적이 그려지는 곳이다. 하루의 시가, 고가, 저가, 종가는 시장에 참여한 모든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물이고 차트는 그 심리의 궤적을 보여주는 도구다. 그렇다면 차트에 들어가 있는 캔들은?

캔들은 당연히 하루 동안의 주가 움직임을 통해 투자자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캔들 하나만 봐도 오늘 시장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캔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결하면 특정 기간의 시장의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시장이 나아가는 방향, 즉 추세에 대해서도 깨달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캔들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추세선이 어떻고 이평선이 어떻다는 얘기는 곧잘 하면서 정작 캔들에 대해서는 가벼이 지나쳐버리거나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때가 많다. 위꼬리가 달렸으면 이익실현 세력이 있었네, 저항에 부딪혔네 등등 모범답안인양 해설을 쏟아낸다. 하지만 캔들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고 보면, 우리는 오늘 하루 캔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 속에는 어떤 심리가 숨겨져 있고 따라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되는가에 대해서 조금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즉 캔들 자체에 대해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익히 알다시피, 주식시장에서 캔들을 최초로 고안해낸 사람은 바로 혼마 무네히사이다. 혼마는 일본 에도시대의 거상으로 뛰어난 상술로 말미암아 ‘데와의 텐구(데와의 귀신)’라고 불렸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여기서 잠깐, <거래의 신, 혼마>라는 책에서 나오는 유명한 일화부터 하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에도 시절 쌀은 현금처럼 통용되던 곡물이었는데, 수확량이 늘 부족한 탓에 상인들의 매점매석이 비일비재했고 그에 따라 쌀가격의 폭등락이 거듭되던 시기였다. 혼마 역시 거래 초기에는 쌀가격의 변동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낙심한 혼마는 고향에 있는 산사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그는 중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산사에 머물던 어느 날, 방에서 하릴없이 굴러다니는 혼마를 찾아온 주지스님은 담 너머 펄럭이는 깃발을 가리키며 "자네는 저 깃발이 왜 흔들린다고 생각하나"라고 묻는다. 답을 알 길이 없던 혼마가 "바람이 불어대니 흔들리는 거죠"라고 대답하자 스님은 "저 깃발이 흔들리는 건 자네 맘이 흔들리기 때문이네"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혼마는 스님의 말을 통해 거래에 있어서 실패한 이유가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 때문이라는 것, 즉 거래에 대한 충동과 욕심 때문에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곡물거래소를 다시 찾은 혼마 무네히사는 이후의 매매에서부터 백전백승하여 마침내 ‘거래의 신’, ‘앉아서 천하를 움직이는 사람’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혼마는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깃발 위에 올려놓고 보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즉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바로 공포와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며, 욕심(공포)은 욕심(공포)으로 알고 제어하고 실제의 이익가능성(손실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혼마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나아가 거래에 임하는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양초의 촛불처럼 일렁이는 주가와 그 주가의 흐름 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흔들리는 심리를 캔들이라는 모형으로 풀어내었다.

이러한 혼마 무네히사의 일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실 그동안 시장은 공포에 지배당했었고 투자자들은 공포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투매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는 마음은 기실 자신의 것이라기보다는 시장의 분위기에 지배당하고 점령당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물론 폭락하는 시장을 보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렁이는 촛불처럼 중심을 잃은 채 군중심리에 떠밀린 것을 자신의 결정이라며 합리화시킨 투자자가 있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한 것이고 캔들과 캔들이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동안 군중심리 휩쓸려 투매에 동참했으니 이제부턴 매수를 하라고 조언하는 건 아니다. 그저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지름길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충실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오늘도 장은 마감이 됐고 또 하나의 캔들이 만들어졌다. 이평선, 추세선을 분석하기에 앞서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캔들 자체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캔들을 보면서 오늘 하루의 시장상황, 나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심리상태, 캔들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자. 그것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순간, 그것만으로도 새롭게 느껴지는 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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