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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의 공습과 <달러> 2010/11/16 13:22

정글북

가끔 이곳에 들러보곤 합니다.

저는 파생 원년 멤버로서 주로 포넷(지금은 FO24)에 글을 써왔습니다.

앞으로, 지난 세기부터 약소국가들 '양털깎기'로 배를 불려오다가, 양털깎기가 힘들어지자 '증권화'라는 물귀신 작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 금융강탈영주들의 실체와 만행을 낱낱히 밝히는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텍스트는 재작년 국내 발간된 책 <달러>에서 발췌할 생각입니다. <달러>는 2007년 미국에서 출간된 직후, 책에서 경고한 여러 형태의 불길한 시나리오들이 속속 현실화되면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어 아마존닷컴에서 장기간 경제분야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책입니다. 쑹홍빙의 <화폐전쟁>과 거의 같은 시기(199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쑹홍빙의 <화폐전쟁>이 다분히 음모론적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라면, <달러>는 책의 부제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이 말해주듯, 화폐 발권력을 독점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금융지배자들의 사악한 면모와 금융투기의 실상을 실증적으로 파헤친 논픽션입니다.

세계 최대의 공인 도박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엄청나게 공들여 개최한 G20 기간동안 증시가 외국인의 폭격을 받고 초토화되었습니다. 오늘은 우선 그에 관한 소감 글로 인사 드립니다.

MB정부 축제일에 감행된 게르만의 공습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쿠데타에 성공하고, 그 후임으로 노태우가 사령관에 취임한 지 두어 달 지난 어느 주말, 노태우는 스물 두 살 먹은 딸내미를 데리고 보안교육대를 방문했습니다. 부대 안에 근사하게 조성된 테니스장에서 테니스 연습을 하기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전 날 사령관이 방문한다는 통보를 받은 부대는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전 기간병이 동원돼 정문 앞 도로부터 교육대장실에 이르는 아스팔트를 물로 ‘미싱하우스’했습니다. 승용차로 정문을 통과하는 사령관을 향해 부대가 떠나갈만한 ‘충성’ 구호로 ‘받들어 총’을 하기 위해 정문 초병들은 목이 쉬어라 경례 연습을 했고, 승용차가 지나가는 길 주변엔 부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기획된 ‘쇼 연출’을 위해 차출된 장병들 외엔 그림자도 얼씬 하지 말라는 교육대장의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테니스장 볼보이 사역에 동원된 사병들이야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볼을 주워다 사령관 딸내미에게 바쳐야 하는 더러운 팔자인지라 논외로 치더라도, 단지 자동차로 한번 왔다 갈 도로를 물청소까지 해야 하는 비효율 연출은 아무리 권위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이라도 뒤에서는 ‘쌍욕’을 내뱉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비효율 연출을 ‘효율’을 신조로 삼는 MB정부가 최근 부활시켰습니다. G20 개최를 위해 강남 일대의 포장마차 등 노점상과 노숙자, 이주노동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한 것입니다. 심지어는 노숙인들을 표적으로 고시원 등에서 불심검문을 실시하는가 하면, 지하철역에 기거하는 노숙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주요 역에 의무경찰을 상주시키며 공안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대대적인 연출 효과에 힘입어 축제 분위기로 시작한 서울의 G20은, 그러나 오후 들어 게르만의 공습으로 증시가 초토화되면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 돼버렸습니다. 개최 전일 한라산 고지를 탈환해 보이는 ‘예(禮)’로써 정부의 축제 분위기 조성에 화답했고, 당일에는 G20 축하기념 코스피 2000 돌파 분위기를 연출하며 다섯 시간 동안 능청 떨던 외계 약탈자 무리는, 두 시경부터 본색을 드러내며 폭격을 시작하더니 결국엔 핵폭탄을 투하했습니다.

게르만을 가장한 미국 투기자본(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헷지펀드)에 의한 옵션만기일 코스피 시장 공습은 사실상 한국 정부에 엿먹이고 뒤통수 때린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금융선진화의 상징인양 세계 최대의 주가지수 옵션시장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한탕 하기로 계획하고, 한국 정부가 축제일로 삼은 G20 개막일을 D-데이로 잡은 것입니다. 마침 그날이 주가지수 옵션만기일이라서 금상첨화였던 거죠.

옵션 만기일의 외계인 대공습 사건을 두고 언론들은 다음과 같은 해석들을 쏟아냈습니다.

코스피200 지수 옵션 만기일을 맞아 일부 외국인들이 청산에 나서면서 막대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2,000선에 접근하던 코스피지수가 순식간에 1,910선대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11일 코스피지수가 급락세로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보던 하락폭에 시장관계자들이 한동안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12포인트 내린 1914.73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09년 11월 27일 75.02포인트 하락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처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장 막판의 프로그램 매물 때문이다. 대량 주문이 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주문을 냈고 이것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던 것. 공교롭게도 이날은 한 달에 한 번 찾아온다는 옵션 만기일이기도 해 충격이 컸다. 이날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도 규모는 1조8041억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조선일보]

“이날 대량 매도는 차익거래였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매일경제(대신증권 ㅇㅇㅇ연구원)]

“외국인의 차익거래시장 영향력 확대는 의도적인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증권시장 전체를 왜곡할 여지를 높인다. 아울러 그동안 차익거래시장의 순기능이었던 현ㆍ선물간의 원활한 유동성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헤럴드경제(우리투자증권 ㅇㅇㅇ연구원)]

한결 같은 목소리로 폭락의 원인이 ‘프로그램 매매’에 있다는 겁니다. ‘차익거래’ 얘기가 함께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확히는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가 원인이라는 말입니다.

금융공학 지식이 미천한 까닭에,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의 개념을 주가지수 선물과 현물의 갭을 이용한 ‘무위험 거래’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저로서는,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개념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환율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야 글로벌 금융투기세력들에겐 연금술처럼 소중한 도구겠지만, 주가지수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H증권투자분석팀의 이모 연구원의 주장에 의하면 “이달 초부터 일부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매수와 함께 합성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하기 시작했고, (옵션만기일에) 이 물량을 모두 청산해 버렸다”고 합니다. 합성선물 매도는 [콜옵션 매도 + 풋옵션 매수]인데, 현물 매수에 대응하는 차익거래용으로 이 포지션을 취했다면 그 규모가 2조원 이상 돼야 합니다.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쏟아낸 주식 물량이 2조3천억원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체별 매매동향에서 집계된 외국인의 옵션 누적 포지션은 만기일 아침 기준으로 콜매도 5백억원 + 풋매수 3백억원이었습니다. 외국인 전체 옵션 포지션 규모가 천억원도 안되는데 2조원이 프로그램 차익거래에 의한 것이라니 말이 되나요.

혹시 최첨단 금융공학기법을 이용한 장단기 채권 스프레드 차익거래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하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한 방에 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는 건가요? 당시도 언론은 ‘고도의 금융공학을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를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으니까요. “탐욕”이 진짜 원인이라는 말은 LTCM이 완전히 파산하고 난 뒤에야 나왔습니다.

개념 없는 증권사 연구원은 그렇다 치고, 모든 죄를 ‘프로그램 매매’ 탓으로 돌리려는 언론의 태도에 화가 납니다. 외국 자본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정부인지라, G20 개막일 증시 폭락 의 원인이 외국인투자자(외국자본)의 ‘범죄적 매매행위’에 있다는 사실로 밝혀져 행여 외국자본이 규탄의 대상이 되어 규제가 뒤따르게 되면 외국 돈이 한국을 빠져나가 코스피를 비롯한 경제지표를 망가뜨릴까 봐 두려운가 봅니다. 그래서 범인을 ‘프로그램 매매’로 지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옵션만기일 폭락 사태는 주가지수 옵션과 같은 파생금융상품 거래 제도를 도입한 금융선진국(?)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식적인’ 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옵션만기 마감 동시호가에서 코스피지수가 폭락한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답니다. 허허 웃음이 나옵니다. 옛날 같으면 “문제 많은 외양간 구조는 고칠 생각 않고 우리를 망가뜨리고 도망간 얼룩소를 수색해서 뭘 어쩌겠다는겨?” 라고 힐난했을 겁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파생시장 구조를 알만큼 알고 있는 이제는 아닙니다. 지금 생각은 “잘하면 팔자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 그 통쾌한 룰을 왜 바꿔?” 입니다.

비록 일일천하로 끝났지만, G20개최 기념으로 하루 반나절 쯤 한라산 고지에 깃발을 꽂고 내려왔으므로, 지난 예상이 일단은 맞은 셈입니다. 축제일(?)의 기습 폭격을 기화로 당분간 하락 조정이 불가피한 장세가 되었지만, 달러가 넘쳐나는 이 시절에 지상 최대의 도박장에서 벌이는 욕망의 향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시 때가 되면 사람들의 광기를 자극하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질 후반전이 시작될 것입니다.

달러

이번 G20 회의의 이슈는 ‘환율’과 미국의 막가파식 달러 발행 – ‘양적 완화’는 대단히 완곡한 표현 입니다 – 그리고 달러를 대신할 ‘기축통화’ 논의였습니다. 이 가운데 대안 기축통화 문제는 프랑스에서 열릴 차기 G20 의제로 상정될 만큼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기축 통화에 관한 논의는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제안한 ‘변형 금본위제’와 중국과 브라질이 제안한 ‘SDR’ - SDR은 IMF가 회원국의 출자금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의 화폐 단위임 – 도입으로 압축됩니다.

MB가 경상수지 흑자 적자 폭을 GDP 4% 이내로 억제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대해 그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간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성과라고 자찬하지만, 그것은 ‘기축통화’ 논의에 비할 바 못됩니다. ‘대안 기축통화’를 거론한 것 차제가 혁명적입니다. 왜냐하면 기축통화로서 미국의 ‘달러’는 몇 가지 불편한 비밀을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달러>는 그 비밀을 속속들이 까발립니다. <달러>에는 현대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화폐경제’의 원리와 역사적 실증 사례가 적나라하게 쓰여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미국 금융패권세력의 사주를 받은 미국 재무부와 IMF의 기획작품이었다는 제 주장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상당히 설득력을 얻게 되었지만, <달러>에 나오는 ‘197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단원을 읽노라면 가슴이 뛰고 치가 떨릴 정도입니다. 미국 금융강탈영주들의 만행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은 없을 겁니다. 외환위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11월인 만큼, <달러>의 내용을 좀 소개할까 합니다. 이번 G20의 핵심 논제인 '통화량'와 관련된 제40장 ‘헬리콥터 화폐: 연방준비은행의 새로운 열기구’입니다.

기구의 비유는 오늘날 경제의 위태로운 상황을 묘사하는데 흔히 쓰인다. 리처드 러셀은 2006년 8월 <다우이론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은 신용, 부채, 적자의 거대한 기구가 됐다. 이 거대한 빚의 기구가 계속 떠 있을 수 있을까?” 러셀은 우리가 기구 안에 빚을 더 주입해서는 안 되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물러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해법은 전혀 해법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저 M3 통계를 숨겼을 뿐이다.

그린스펀의 후임인 벤 버냉키의 해법은 아주 분명치는 않다. ………. 버냉키 박사는 그린백 해법의 현대판으로 보이는 것을 옹호했다. 기구에 빚을 더 채워넣지 말고 정부가 빚을 지지 않고 발행하는 돈을 채워넣자는 것이다. ……….

버냉키 박사는 연방준비은행에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실탄이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바로 연방기금금리가 0%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금리를 낮추는 것만이 경제에 새 돈을 넣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정부는 기술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인쇄기 - 요즘엔 전자 버전(전자 장부기입) - 라고 부르죠. 그것이 원하는 만큼 미국 달러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줍니다. 본질적으로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요.”

………. 그 함의는 정부가 이자를 지불하지 않고 돈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연방준비은행이나 다른 거대 은행에 갚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현금 조달을 통한 감세는 본질적으로 밀튼 프리드먼이 돈을 ‘헬리콥터로 투하하겠다’고 했던 그 유명한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버냉키 박사가 추천한 ‘현금 조달을 통한 감세’는 분명히 정부가 그낭 발행하고 경제 안으로 소비한 돈으로 세금을 대체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감세 대신에 현재의 물건 및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늘리거나 나아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취득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돈을 찍고 그것으로 실물 자산, 곧 부동산이나 회사 주식 같은 자산을 사서 경제를 회복시킬 수도 있다! ………. 정부는 모든 산업을 매수해 이윤을 남기면서 운영할 수 있다. 인민주의자들은 거대 민간 카르텔에 의해 독점된 필수 산업들의 국유화를 제안했다. 철도, 철강, 그리고 은행 같은 것들이었다. 이들 산업에서 나오는 이윤은 정부로 되돌아가 세금 대신 쓰이게 되는 것이었다.

버냉키 박사는 단순히 ‘헬리콥터 화폐’ 해법을 제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일본은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덩컨이 말한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것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통화정책 실험’에 착수했다. <일본은 어떻게 세계의 리플레이션 자금을 댔나>라는 제목의 2005년 5월 글에서 덩컨은 이렇게 썼다.

2003년과 2004년 1/4분기에 일본은 통화정책에서 놀라운 실험을 했다. 그것이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 때문에 놀랍기도 하려니와, 거의 완벽하게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것이다. 15개월 동안 일본 통화 당국은 35조 엔을 찍어냈다. ….. 세계 연간 경제 생산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다. 35조엔을 지구상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면 한 사람당 50달러씩 돌아가게 된다. 요컨대 그것은 평상시에는 결코 시도되지 않았던 규모의 화폐 발행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일본에서 엔이 부족했던 건 전혀 아니다. ….. 일본 은행들은 대출 수요보다 훨씬 많은 예금을 가지고 있었다. ….. 그렇다면 무엇이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그렇게 많은 돈을 찍어내게 했는가? 이 나라가 이미 과도한 유동성으로 흘러넘치고 있는데 말이다.

덩컨은 실제로 돈이 부족했던 건 일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돈이 부족한 것은 미국이었다.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위협이 나타난 것이다. ………. 던컨은 이렇게 썼다.

디플레이션은 중앙은행에게는 최대의 악몽이다. 물가가 떨어지면 금리도 따라 내려간다.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내려가면(지금 일본의 경우처럼) 중앙은행은 통상적인 수단을 통해 경제에 추가적인 자극을 줄 힘이 없어지고 통화정책은 무력해진다. 연방준비은행이 디플레이션 위협을 얼마나 걱정했는지는 연방준비은행 내부 조사보고서에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6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디플레이션을 막으려면 : 1990년대 일본의 경험에서 배운다>하는 제목의 토론 문서를 발포했다. 이 문서의 초록은 이렇게 결론 지었다.

“우리는 일본의 경험에서 일반적인 교훈을 얻었다. 물가상승률과 금리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을 때, 자극(통화 및 재정 모두)은 장래의 인플레이션과 경제 활동의 기준선 예측에 의해 통상적으로 의미를 지녔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이 통상적인 수준을 얼마나 많이 넘어서려 했는지는 일본의 실험에 나타나 있다. 일본은행은 이듬해 한 해 동안 35조 엔을 찍어냈다. 일본은행은 이 엔화로 정부 재무성과 거래해 일본 정부 채권을 사들였다. 거의 이자가 없는 것이었다. 재무성은 민간 부문으로부터 약 3,200억 달러의 미국 달러를 사는 데 이 엔화를 썼고, 이 달러는 다시 미국 정부 채권을 사는 데 쓰였다.

………. 이 미증유의 실험에 의해, 미국은 새로 발행한 돈으로 광범위하게 감세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덩컨은 말했다.

…….. 일본은행은 그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한 지점, 도쿄 연방준비은행 노릇을 한 것일까? 계속해서 덩컨은 말한다.

“부시의 감세와 매우 낮은 이자로 그 재원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준 일본은행의 화폐 발행은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의 세계 경제 급팽창을 몰고 온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 미국의 감세와 저금리는 미국에서의 소비에 불을 붙였다. 미국의 소비 증가는 아시아의 수출 지향 경제를 과열로 바꿔놓았다. ……… 중국은 큰 폭의 대미 무역 흑자를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 이웃들에 대한 무역 적자를 갚는 데 썼다. 중국이 대미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다 환류시킨 것이 2003년 아시아 전반에서 시작된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리플레이션’을 설명해 준다. 심지어 다 죽어가던 일본 경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 2004년 세계 경제는 3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일본은행이 전례 없는 규모로 화폐를 발행한 것이 아마도 그 성장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일본의 실험 뒤에 카리브 해적의 실험이 있었다. ………..

연방준비은행은 장부 기장을 통해 만든 돈을 ‘1차 딜러들’을 통해 쏟아 부음으로써 시장을 조작한다. 그 딜러들은 정부 채권을 거래하도록 허가 받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의 투자회사들이다. 이 은행들은 그 자금을 이용해 정부 채권을 산다. 민간에서 사니 ‘돈세탁’이라 불릴 만한 공작도 개입할 수 있다.

2005년 12월 M3가 한 주 만에 587억 달러 늘었다. 연간 증가율로 환산하면 30%다. 금융자문역인 로버트 맥휴는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미쳤다. 엄청난 위험이 있지 않는 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폭락방지팀 창고에 큰 돈이 있어서 시장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채권, 통화 뭐든지 말이다”

[출처] 팍스넷 정글북2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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