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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연말장 2010/09/14 16:33

김떡순

떡순이에게 가을은 슬픈 계절이다.

1994년 연말장에 큰 상승세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돈이 좀 되는 듯 했다.

아무거나 사도 상승했으니까?

그때는 똥집이 한 채 있어 집도 팔고 은행에 대출도 받고 하여 지방 어느 증권사 지점에서는

제법 큰손 축에 들어서 지점장이 관리자라 수시로 전화도 오고 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이뻐서 지점장이 술도 사고 정보도 알려주는가 했더니 순전히 수수료 먹을려고

이놈 종목, 저놈 종목을 추천하여 자주 거래하게 만들었다. 나쁜 boy!!!

그해 11월에 꼭지를 찍고 하락하는데 조금 하락하는 거 보고 미수 왕창 몇번 들어갔다가

주식으로도 금방 반토막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슬픈 가을이었다.

1997년에 마지막 남은 논을 팔고 그나마 주식으로 한번 벌어볼려고 몸부림 쳤는데

IMF라는 놈한테 억수로 얻어맞고 KO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KO의 하일라이트는 어설프게 선물 매수 들어갔다가 하한가에 한방 두둘겨 맞고

거지가 되어버렸다. 그때 돈을 빌려 재기해보고자 했지만 돈을 빌려줄 놈은 한놈도 없었다.

슬픈 가을이었다.

2001년이 되었다. 9.11테러 이후 큰 연말장이 전개되었다.

주식 같은 건 때려 치우고 2배, 10배 터지는 옵션매매에 열중하였다.

돈을 왕창 빌려 투자하여 처음에는 돈이 좀 되는가 싶었는데

옵션 만기일에 겁 없이 왕창 들어갔다가 알거지가 되어버렸다.

슬픈 가을이었다.

2003년에는 우찌우찌하여 큰돈을 빌렸다. 옵션 위주로 거래를 하였는데

변동성이 적어 영 돈이 안 되었다.

주식은 그래도 상승하는 종목이 많았는데 그놈의 대박은

어떻게 눈 딱고 봐도 찾을 수 없었는지.

슬픈 가을이었다.

2004년 연말장도 상승세를 구가했는데

선물 위주로 거래하여 처음에는 잃다가 후반에는 돈을 따기 시작했다.

이젠 몸이 좀 풀리는구나 얼씨구! 하며 좋아했는데 빚을 빨리 갚으라고 하도 염병을

떠는 바람에 다 주고 나니 선물 거래할 돈이 없었다.

슬픈 가을이었다.

2005년도 연말장에 하이닉스를 비롯한 종목들이 주도주가 되어 크게 상승했는데

처음에는 선물로 거래를 해봤는데 영 돈이 안 되어 옵션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그런데 상승장에 콜옵션은 개털이요, 풋옵션은 들어갔다 하면 반토막이었다.

옵션에 몰빵 몇번 치다가 2개월만에 손 털고 나왔다. 거지가 따로 없었다.

슬픈 가을이었다.

30년전 첫 사랑에 차이고 20년전 두번째 사랑에 차여 울며불며 하던 때도

요즘과 같은 가을이었다. 울긴 왜 울었어? 천지가 여잔데.

10년, 20년전부터 시장에 패배하여 잠을 못 이루고 논밭 팔 연구만 하던 때도

요즘과 같은 가을이었다. 요즘은 연구할 논밭도 없다며?

드디어 2010년 가을이 왔다.

주식시장 20년, 파생시장 10년 베테랑(?) 떡순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가을에 또 돌아왔다.

소싯적 여자에 멍들고, 중싯적 주식시장에 멍들고,

또 파생시장에 멍들었던 때가 주로 가을이었다.

가을은 슬픈 계절이다.

오늘은 딴 돈으로 가락시장에 가서 가을의 여왕 감성돔 회를 먹기로 했다.

몸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파생시장에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게 떡순이의 지론이다.

참이슬을 너무 많이 마셔 탈이긴 하지만.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가을은 미식의 계절이다.

슬픈 계절은 이제 그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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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히 09.14 23:09
그래도 오늘 어려운 장에서 돈 따셔 갔구 회랑 소주 한잔 하셨으니 감축드립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