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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도 오고 해서 2015/07/12 12:13
진달래2000


1999년 1월, 나는 여우 같은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당시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온 나, IMF로 실직했다가 겨우 새 직장에 들어간 아내. 둘 다 빈털터리라 일가친척 친구선배의 축하 속에 전통혼례를 올렸습니다. 우리는 형편상 지하에 신혼방을 구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 햇볕 한 줌 들지 않았습니다. 신혼 살림은 자취생활 때 쓰던 거였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부자였죠. 꿈같던 신혼 시절은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날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금새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나와 아내는 낭만의 섬 제주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누군가 휴가를 질투라도 한 걸까요? 휴가 며칠 전부터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한참 휴가철이 피크를 맞이하는 8월의 첫주였는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쉴새없이 비가 내렸습니다. 급기야 출발하기로 한 전날 저녁에는 태풍 올가까지 올라왔습니다. 나는 출발 전날 밤에 짐을 점검하기 위해 작은 방으로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맙소사! 방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던 것입니다. 부랴부랴 장판을 걷어보니 방구석 곳곳에서 물이 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빗줄기는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굵어지고 태풍까지 온다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나마 안방에 물이 새지 않는다는 게 작은 위안이었습니다. “휴가는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물부터 퍼내야지.” 나랑 아내는 바가지로 세숫대야에 빗물을 퍼 담았습니다. 빗물은 퍼내면 줄어드는 듯하다가 잠시 멈추면 금방 다시 고였습니다. 밤은 깊어가건만 한눈을 팔 사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밤새 빗물을 퍼내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눈꺼풀도 무겁고 허리도 아팠습니다. “우리 뭐 좀 먹고 하자!” “밥 하기는 틀렸고. 빵이나 사다 먹을까?” 근사한 휴가를 떠나기는커녕 지하방에서 빗물을 퍼내며 빵과 우유를 먹으려니, 서러움에 목이 메이고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신혼의 행복이 한낱 신기루였나 싶었습니다. “여보, 미안해.” “......” 아내는 서러웠는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나를 위로하려는 듯 크게 외쳤습니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집을 이 따위로 지은 사람이 나쁘지!” 빨리 물 새는 사실을 집주인한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빵과 우유를 먹다 말고 윗층에 살고 있는 집주인에게 가서 상황을 알리고 따졌지요. 지하방으로 내려와 본 주인은 미안하다며, 비가 그치면 수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물 푸다 보니, 속절없이 휴가 첫날이 갔습니다. 그날 밤, 나는 피곤한 얼굴의 아내한테 말했습니다. “당신, 눈 좀 붙여?” “괜찮아.” “좀 자다가 교대하면 되잖아.” “그럼 나 먼저 조금만 잘게. 미안!” 나는 아내가 잠든 모습을 본 뒤 다시 물을 퍼냈습니다. 하지만 체력에도 한계가 있는 법! 이틀 연속 잠을 안자고 버티기란 정말 힘들었죠. 밤이 깊어갈수록 눈꺼풀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벽에 기댄 채 깜빡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요? 아내가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아내가 바가지로 물을 푸면서 말했습니다. “왜 안 깨웠어?” “당신 자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그해 여름, 나는 아내와 함께 빗물 전쟁을 치렀습니다. 빗물과의 전쟁은 예정된 휴가가 끝난 지 1주일이 훨씬 지나서야 끝났습니다. 새는 빗물이 완전히 멈춘 다음 방바닥을 말리고 다시 벽지도 발라야 했으니까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여름날, 보일러를 돌려 집안을 말리고 있노라니 정말 찜질방이 따로 없었답니다. 물바다 된 신혼집에서 휴가기간 내내 빗물을 퍼내야 했던 그 해 여름. 눈물나게 서럽고 힘겨웠지만 나와 아내는 서로를 위로하며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맞벌이하고 알뜰히 저축한 덕분에 2층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몇년 뒤 그림 같은 우리집도 마련했고요) 이삿짐 싸던 날, 지하방에서 물푸며 휴가를 보낸 신혼 생활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부부 사랑의 결실인 아기가 빗물이 새지 않는 집에서 자랄 수 있다는 생각에 참 행복했답니다. 집은 가족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평생 소원인 집을 마련하고 하우스 푸어로, 전세값이 올라 근심걱정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사람들이 바라고 또 바라는 '내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친애하는 셀트리온 주주 여러분. 태풍 소식이 들리는데 비 피해 없기 바랍니다. 셀트리온 큰파도가 공매를 쓸어버릴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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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meskan 07.12 12:05

    참으로 함든 신혼 생활을 보내셨군요.

    이제 셀트리온에도 실적이 점점 더 커지면서 공매들이 태풍에 날려갈 시점이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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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달래2000 07.12 15:02

    어찌 보면 그때가 더 행복한 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일이 바빠 함께 밥상에 마주 앉기도 어려우니....가족 모두 건상하니 꿈이 있으니 나름 행복합니다. 신고

  • 작은동업자 07.12 12:07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한편의 소설 같네요. 신고

  • 진달래2000 07.12 15:05

    소설 같은 실화입니다. 언젠가 힘들었을 때 그 집을 찾아가 봤는데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더군요. 집이 수리가 됐는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행복하세요. 신고

  • 원추1 07.12 12:16

    오늘은 소설같은 얘기가 많네요ㆍ
    고생끝에 내집마련하여 잘 살고 계심에 축하요ㆍㅎ

    이런게 이 게시판에서 맛보는 사람냄새 나는
    좋은 모습인것 같습니다ㆍ
    그시절 고생하면서도 고생인줄 모르고 살았죠ㆍ

    저도 27년전에 10달 사글세 60만원짜리 연탄부엌에
    조그만 방 2칸 집에서 출발하여 30평 아파트를 거쳐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으니
    많이 발전했네요ㆍ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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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달래2000 07.12 15:06

    존경합니다. 원추 님. 신고

  • plupping 07.12 12:21

    가슴이 촉촉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고

  • 진달래2000 07.12 15:07

    고맙습니다. 신고

  • seltbara9 07.12 12:21

    초년 의고생은 두고두고 보석같은것이지요. 앞으로도 쭉행볷나실겁니다. 감사합니다. 신고

  • 진달래2000 07.12 15:09

    사실 어려움은 그 뒤로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이었지요.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신고

  • 참돌금 07.12 12:42

    지금도 만사형통 하시겠지만 앞으로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신고

  • 진달래2000 07.12 15:10

    참돌금 님도 만사형통 하세요. 셀트리온과 더불어. 신고

  • 셀미범생 07.12 13:10

    그래서 선배님들이 시련은 사람을 더 야물게 한다 했나 봅니다
    그 시련을 참고 견디심에 ~~^^ 신고

  • 진달래2000 07.12 15:13

    시련 속에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했나요? 시련도 이겨내고 보면 별것 아니죠. 셀트리온도 수많은 어려움 이겨왔기에 더 빛나는 기업이 돠었죠. 셀트리온과 더불어 행복하자고요. 신고

  • 셀트내사랑 07.12 15:40

    부디 행복하시고 셀트 주가 왕창올라서 빌딩 하나 사시길 바랍니다. 신고

  • 진달래2000 07.12 17:33

    빌딩은 과분하죠....태권소년 아들을 위해 태권도 도장 차려줄 수 있으면 족합니다. 행복하세요. 신고

  • 과일3818 07.12 16:24

    눈가에 이슬이.....굿럭하세요 신고

  • 진달래2000 07.12 17:32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신고

  • nayasellt 07.12 17:42

    작은밥상에 행복이 깃든것같아요 신고

  • 진달래2000 07.12 22:30

    아들딸 게임중. 아내 술마시는중. 행복은 생각하기 만들어가기 나름인 듯합니다.
    여름비 내려도 방안은 덥네요.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신고

  • 사리곰탕 07.12 21:34

    정말이지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주말밤 감동의 글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고

  • 진달래2000 07.12 22:31

    고맙습니다. 셀트리온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야름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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