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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것을 유보하는 여유 2015/06/03 15:16

mongsell

요즘 아이들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기다리기 힘들어한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죽는다고 야단이다. 내가 원하는 것마다 당장 이루어진다면 행복할까? 아이들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기다림의 훈련에 취약하다. 아무리 원하는 것이라도 기다려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참는 과정은 필수다. 때론 기다림은 고통을 동반한다. 기다림의 고통은 달갑지는 않지만 필요하다. 좋은 것은 기다림의 고통을 통해 주어진다. 아주 기본적인 원리다. 기다리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고통을 거부하면 인생은 조급증환자가 된다. 사회 전체가 조급증 문화로 변했다. 사람들은 빠른 만족을 원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기다리려고 하지 않는다. 원하는 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쉽게 분노를 표출한다.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 감정이 적절하게 순화되고 정제되는 과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조급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른다. 즉각적인 만족에 목을 맨다. 당장 좋으면 그만이다. 매우 표피적이고 감각적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동물적인 반응을 드러낸다. 조급증의 후유증은 크다. 당장의 만족을 찾으면 삶의 질은 한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다릴 줄 모르면 뜸이 덜된 밥을 먹어야 한다. 손쉬운 것으로 배를 채우려면 우선 만족시켜 주는 대체물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세상은 거대한 대체물의 전시장이다. 돈만 내면 지금 당장 만족하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단 몇 초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약속한다. 더 조급해 지도록 부추기는 상업주의의 기승은 갈수록 진화한다. 속지 않아야 한다. 반대로 살아야 한다. 빠른 만족 보다 느린 만족을 얻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만족을 유보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가능한 유보하는 여유를 훈련해야 한다. 배 고파도 서두르지 말고 오히려 공복의 상태를 다스림으로 누리는 충만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 빨리 채워져야 충만은 아니다. 도리어 거북한 충만을 경험할 수있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쥐었을 때 오는 것이기 보다 그것을 바라고 있는 상태,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자 희망하며 그곳을 향해 조금씩 다가갈 때 찾아오는 것이다. 이제 막 신혼을 시작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한다면 재미없는 일이다. 당장은 좋을 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손해다. 너무 많은 것을 채워 버리고 시작하면 만족할 일보다 실망할 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조금씩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가운데 주어지는 기쁨을 붙들어야 한다. 돈이 있다고 너무 빨리 업그레이드된 상태가 되면 위험하다. 순간적 만족은 당장 좋을지 모르지만 빠른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만족도 그렇지만 고통도 그렇다. 힘들다고 너무 빨리 고통을 잊으려고 하면 마약을 찾게 된다. 마땅히 고생을 해야 하는데 고생을 생략해 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고통에 대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낙오자가 되기 쉽다. 애벌레가 딱딱한 누에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것을 누군가 쉽게 빠져나오게 도와준다면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 수 없게 된다. 고통의 몸부림치는 과정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힘을 기르는 절대 필요의 시간이다. 무통이 축복이 아니다. 고통은 저주가 아니다. 오히려 고통 없는 축복은 불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좋은 것은 고통의 끝자락에서 긴 기다림 이후에 주어진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인데 정작 그것을 성취한 이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빠르게 찾아온 포만감은 더 깊은 갈증을 만들어 낸다. 너무 이른 만족에 삶이 조로해진다. 더 채울 것이 없는 상태는 절망이다. 인간은 만족을 할 줄 모른다. 그럼에도 순간의 만족, 빠른 포만감은 늘 유혹이다. 만족을 가능한 유보하고, 때로는 찾아오는 고통을 끌어안고 기다리는 여유에서 행복이 만들어진다. -이규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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