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글

  • 전체
  • 토론광장
  • 동호회
  • 미니홈
목록 윗글 아래글
지저분해야 살아 남는다. 2011/06/21 17:26
잔치국시

제목; 지저분해야 살아남는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싸워봤자 덕될게 하나 없으니 피하는게 낫다고 판단될 때, 싸우기조차 싫은 상대를 두고 흔히 하는 말이다. 거품벌레를 볼 때 그렇다.  “넌 참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는구나.” 생각하며 이내 피하고 마는데,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지저분하게 보여서 잡아먹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게 만드는 생존 전략을 선택한 곤충이 있다. 거품벌레, 나무이, 노린재, 힘없는 나비, 나방 애벌레이다.

거품벌레는 식물 줄기에 주둥이를 꼽고 즙을 빨아먹으며 산다. 버드나무나 버들개지에 침을 뱃어 놓은 듯 하얀 거품이 묻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거품벌레 애벌레가 만들어 놓은 거품 보호막이다. 뻐꾸기가 나타나는 봄에 많이 보여서 예전에는 ‘뻐꾸기 침’ 이라고도 불렀다.

 

 

 

거품벌레 애벌레는 항문으로 분비되는 액체와 호흡할 때 발생하는 공기를 섞어서 거품을 만들고 그 안에 숨어 지낸다. 이는 거품 모양과 성분을 지저분하게 여기는 육식 곤충이 선뜻 잡아먹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거품벌레를 해충으로 취급한다. 나무에 해를 입힌다고 여기기 때문이지만 실은 작은 거품벌레가 즙을 좀 빨아먹는다고 식물이 어찌되는 것은 아니다. 화훼농가에서 미관상 좋지않아 상품성이 떨어질까 봐 그리 분류한 것이다.

노린재는 고약한 냄새를 풍겨 적이 접근 못하게 한다. 애벌레 때는 등에 있는 냄새 선에서, 어른벌레가 되면 옆구리에 있는 냄새 선에서 냄새 물질을 뿜는다. 냄새 선의 출구 주변은 미세한 요철로 뒤덮혀 있는데, 표면적을 넓히는 효과가 있어서 분출된 냄새 물질을 순식간에 확산시킨다.

 

 

 

노린재는 동물의 피를 빠는 종류와 식물의 즙을 빠는 종류가 있는데, 고약한 냄새를 피우는 종들은 모두 식물 즙을 빠는 노린재이다. 포식자 위치에 있는 육식성 노린재는 주사침 같은 주둥이로 적을 공격하기 때문에 굳이 냄새로 위험을 회피할 필요가 없나 보다.

나무이는 “저게 곤충이긴 한 거야?” 싶게 생물로 보이지 않는다. 밀랍 성분을 섬유처럼 분비해서 나폴거리게 메달고 다닌다. 그래

서 먼지 덩어리나 곰팡이가 슨 것처럼 보인다. 나무이는 매미 무리에 속하며 진딧물과 가까운 친척이다. 모두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 많은 사람이 나무이를 모르는 곤충이라 여기겠지만 흔히 보고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종종 나무줄기나 잎에 붙은 희끗희끗한 것을 보며 나무가 무슨 병에 걸렸나 여길 때는 없었는지? 그 먼지 같고 곰팡이 같은 것이 나무이이다.

 

 

 

연약하고 행동이 굼뜬 나비, 나방 애벌레도 지저분하게 보여 살아남는 방법을 쓴다. 희거나 검은 무늬가 있고, 윤기있게 피부가 반들거리는 애벌레가 많은데 이들은 바로 새똥을 흉내낸 것이다. 생긴 것만으로도 천적을 속이기에 충분해 보이는데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마치 방금 싼 새똥처럼 몸을 비틀어 꼬고 앉아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곤충들의 안간힘이 기특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그러나 야생에서 최후의 승자는 ‘살아남는 자’ 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산 걸까?” 생각하다 문득 몸에 오물을 묻히고서라도 살아남기만 하면 잘 살아온 꼴이 되는 곤충들이 부럽단 마음이 들었다.

 

 

좋은생각

May 2011

조영권 님 /<자연과 생태> 편집장

 

 

 

6

  • 요부골남 06.21 17:33

    맞습니다.
    옭은 글이네요, 누구나가 살아나야 합니다.
    비록 힘겨워보이더라도 힘을내자구요.... 참으로 고생많으신 분이네요....
    엇지이런 낭만 과 세세함이 더러는 더티함까지도..... 그대가 부럽습니다. 신고

  • aaaaa32 06.21 19:10

    어떻게든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아야저 신고

  • 청목 06.22 10:57

    심오한 글입니다 신고

  • 45254525 06.22 13:44

    이른아침 등산길에 나무에서 줄 타고 매달려 있는 애벌레를 본적이 있나요 새를 피하기 위해 내려온다네요 신고

  • 유성5 06.22 14:29

    잘읽었습니다. 신고

  • 어죽이 06.22 16:20

    벽에 x칠할 때까지 산다 라는 말도 같은 맥락아닌가요?
    자손들이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 형편이라면, 생존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것도 생각해봄직. ㅎ 신고

  • 나자신을알자 06.23 12:52

    공감합니다.
    근디 날씨가 꾸물해서인가 들어가는것마다 신통치가않네요.. 신고

  • aaaaa32 06.25 09:55

    어떻하든 이시장에서 오래살아남아야죠
    신고

  • 멋진곤이 09.25 09:26

    아주 의미신장한 진리 신고

한마디 쓰기 현재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목록 윗글 아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