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가게 밖으로 나가본다.
겨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올려다 본 파란 하늘이 따뜻한 봄날 같다.
멀리 눈길 닿아 바라본 버스 종점에도 사람이 별반 없다.
몇 개 남아있던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것이 그래도 지금은 틀림없는 12월 한겨울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다.
#
오늘 아침 가게 문을 여는데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콕콕 찍고 들어오시며
어험~ 여기 쥐약 파나? 하신다.
'쥐약 사시려면 요 바로 옆에 있는 마트로 가세요. 어르신' 하니
'거기는 계단이 많아서 다리 아파 못 가~ 왜 쥐약을 안 파는겨. 쥐약 팔면 장사 잘 될텐데~ 하시기에
ㅡ 다리 아프면 약국으로 가서 사세요. 약국에도 쥐약 팔아요.
'그려? 알았어.' 하고 돌아서는데 요즈음엔 지팡이에도 쇠를 박아놓았는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콕콕 소리가 나서 보니 바닥에 자국이 났다. 이런~~
할아버지가 나가시고 장사 준비를 마치고 라디오를 켜고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이번에는 할머니가 들어오셔서는 "여기 주걱 팔어?" 하고 큰소리로 말씀하신다.
ㅡ할머니, 여기는 주걱 안 팔아요, 요 옆 마트로 가보세요.
'뭐라고? 주걱 없다고? 주걱을 안 팔면 뭘 팔아?' 하시는데 할머니의 작은 몸짓에 비해 목소리는 강호동보다 더 크다.
ㅡ'할머니, 왜 그렇게 목소리가 크세요?'
" 내가 귀가 잘 안 들려서 그려, 보청기를 잃어버렸더니 더 안 들려, 크게 말해 봐, 주걱이 없어? 그럼 고무줄은 있어?"
"할머니 여기 옷 파는 가게에요. 그런 물건은 마트로 가셔야 해요."하고 할머니의 귀에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렇구먼... 하고는 돌아서면서 '할아버지 빤쓰 고무줄이 다 끊어졌는데 어디 가서 사야 하나. 고무줄 넣으면 한참은 더 입을텐데.....' 하시다가는 걸려있는 옷을 올려 보며 좋은 입성들이 많구먼. 곱기도 하네, 이건 누가 다 사 입누..'.하고 나가는데 기역 자로 꺽인 할머니의 허리에 지난한 날들이 무겁게 올려있다.
도시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아침 있었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해주니 숨넘어가도록 웃는다.
"어디서 그런 얘길 듣니... 너무 재미있다"
"재미있긴... 속 터지는 걸.... 아니 옷 가게에서 빨래방망이를 찾고 냄비뚜껑을 찾지 않나, 왜 그런 걸 찾느냐고... 그러니까 옆도 돌아보지 않고 당신 보고 싶은 거만 보시는 거야. 한편으론 웃음도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앞으로 일어날 우리 모습 인 것 같아 마음이 짠하기도 해".
그건 그러네, 그래도 그런 이야기 들으면 할머니 생각나서 자꾸 웃음이 나온다는 친구와 전화를 끊고 나니 예전에 오일장 다닐 때 쥐약 팔러 다니던 아저씨가 떠올랐다.
#
다리가 하염없이 길고 숱 많은 머리는 뽀글파마를 하고 한 손에는 편지봉투를 또 다른 한 손은 어깨에 올린 긴 장대를 잡고 있었는데 그 장대에는 고무줄이 여러 가닥 묶여있었다.
"고~~~무~~~~~~~주우울"하고 장거리에서 소리치는데 그는 특이하게도 항상 말끝을 올려 쇳소리가 나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오래도록 세수를 안 한 것 같은 때가 낀 낯빛은 언제나 파리했다.
한여름에도 두꺼운 사파리 점퍼를 입고 머리에는 다 헤진 밀짚모자를 눌러썼지만 파마머리가 얼마나 뽀글거리는지 밀짚모자는 머리의 반 정도에 걸쳐져 있어 큰 키가 더 커 보였다.
나는 장사하다 말고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가 '아저씨 편지 봉투 주세요.' 하는데 그의 앙상한 손이 거죽만 남아 편지봉투를 받아들 때 마음 아파지던 사람이었다.
그를 뒤따르던 누군가 '이 사람아, 요새 누가 고무줄을 사나, 젊은 사람이 돈이 되는 걸 해야지. 했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한참 서있더니 고무줄을 돌돌 말아 자루에 담고 노을이 쓸쓸히 내려앉은 장거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한 달쯤인가 그 남자는 새로운 물건을 들고 왔다.
특유의 목소리로 "쥐 잡아~! 바퀴 잡아~!"하고 외치지만 목소리가 가늘어 듣는 사람조차 힘겨웠다.
쥐약 장사가 돼버린 그 남자의 긴 다리가 휘청거린다.
"아, 이 동네는 쥐도 없나. 쥐 없으면 바퀴 벌레라도 있어야 할 거 아녀. 에이. 오늘 점심 또 굶게 생겼네. 쥐잡아~! 바퀴잡아~!하고 악을 쓰는데, 요즈음 쥐약이 팔릴까?
그 남자 곁을 지나가는 초로의 노인이 "쥐약 하나 줘 봐, 하더니 "요즈음 쥐약이 팔리나? 다른 사람은 밥 먹을 새도 없이 돈을 버는데 잘 되는 걸 해야지 하고 말을 이었다.
그 남자는 "영감님 그럼 뭐를 해야 잘 팔릴까요?" 하니 노인은 "고무줄 장사하면 어떻겠나? 내 고무줄을 사려고 지난 장부터 다 찾아 다녀도 고무줄 장사가 없네, 고무줄 장사하면 잘 될껴."한다.
세찬 바람을 피하느라 공중전화박스 옆에 서 있다가 우연히 그 소리를 들었던 나는 기대와 절망이 교차하던 그 남자의 눈빛을 쳐다보다 차마 더는 바라볼 수 없어서 내 자리로 돌아왔다.
* 힘든 일도 있지만 그래도 산다는 건 재미있는 일 아니겠어요 ^^
많은 일이 있었던 올 한 해를 보내며 어려웠던 지난날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셀트리온 오르면 한 주 팔아서 쥐 잡아! 바퀴 잡아! 아저씨 약 다 팔아드리면 쥐잡아 아저씨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이런 생각해 보고 혼자 흐뭇하게 웃습니다.ㅎㅎ








대단한 필력이네요.
재밋게 읽었어요.
많은 생각이 오가네요. 신고
아이디를 아예 꽃할매로 바꾸셨네요. 잘 하셨습니다. 오래 머물렀다 가시길 바랍니다. 신고
꽃할매님 글이 너무 좋네요. 나중에,. 아니 바쁘지 않은 시간에 틈틈히 단편소설이라도 써보시면 어떨지요. 참 좋네요.
셀트리온으로 인해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한해 였습니다.내년엔 즐거운 일들만 우리 모두에게 있길 바래 보네요. 신고
게시판 순화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신고
오일장 다녀온 느낌이네요~잘읽었습니다^^ 신고
꽃할미님~~저는 어릴젹 할머니를 할미라고 불렀어요 ㅋ
글을 읽노라니 제가 시골장터에 가 있는 착각이 드네요 ㅎ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신고
꽃할매 님 덕분에 옛날 생각도 나고 절로 미소가 지어 집니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신고
아주좋습니다^^ 신고
먹고 사는 일이 제일 중하고 어려운 일 같습니다.
조금만 더 나누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내년에 셀트가 오르면 좀 팔아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오래된 마음속의 빚을 조금 덜어내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신고
늘 감사해요
잘 읽고 미소 머금고 갑니다^^ 신고
Harry Potter시리즈로 유명한 J.K.Rowling가 생각나는군요.
방세를 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소설가.화가 둥 많은 불멸의 대가들도 살아 생전 경제적 어려움과 고독과 싸우며 창작의 혼을 불태웠다고 하지요.
꽃할매님의 글에서 범상치 않은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터치가 느껴지는게 저만 아닌것 같습니다~~
할매님 건승을 기원합니다~^^ 신고
잘 읽었습니다.훈훈합니다 신고
글이 사람을 빠져들게 합니다. 예날 TV문학관을 떠올리게도 하고요. 신고
절로 웃음이 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신고
마음 따뜻해지는 글 읽으며 저 또한 올한해를 되돌아보네요^^
꽃할매님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따스해져요~~ 신고
소설을 보고있는듯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어릴적 엄니 손잡고 5일장 구경갔던 생각이 문뜩나네요. 힘들었지만 사람사는 냄새 물씬 풍기던 시절이였죠.
신문지에 싸준 번데기는 왜 그렇게 맛났는지..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신고
쥐약장수는 이약도 같이 팔았던 것같내요
저도 그 시절이 그립내요
새해 건강하시고 행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신고
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ㅎㅎㅎ
다음편 연재 예고라도 해주셔야 현기증이 안나죠 ㄷㄷㄷ 신고
글이 너무 성실하시네요. 마음을 파고들어요 신고
편안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신고
시인이자 수필가ㅋㅋ
딱 들키셨는데 앞으로도
종종 글 써 주세요.
너무 좋습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필력 대단하시네요. 신고
맛깔나시게 잘 쓰십니다
인생사 세옹지마 일테지요 신고
아 착한사람.. 신고
덕분에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감사합이다 신고
잼나게 정신없이 읽었네요~
사람냄새나는 동네~
정감가는 마을~
가끔 올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신고
잼나게 정신없이 읽었네요~
사람냄새나는 동네~
정감가는 마을~
가끔 올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신고
시끌벅쩍한 5일장이 생각나면서 키다리 아저씨 때문에 콧시울이 시큰해지네요
키다리 아저씨가 요즘에는 뭘 팔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굶지 않도록 뭐라도 하나 팔아주고 싶습니다.
신고
좋은 수필 한페지 읽은 느낌이네요. 꽃할매님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신고
어릴적 동네 시장에서는 흔하게 볼수있었던 풍경들인데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각박한 현실속에서 누군가를 걱정해주는 그 따뜻한 마음씨가 코끝을 찡하게 하네요~
모처럼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신 꽃할매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신고
한편의 영화장면을 봅니다. 그림같은 지난시절을 연상케하는 필력에 감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맘이 힐링되네요 신고
스쳐지내기 쉬운 일상의 일들을 날카로운 눈썰미로 흥을 돋우며 재미나게 풀어쓴 글을보며 따스함을 느껴보내요. 자주자주 들러서 씽크풀 분위기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시길 기대해봅니다 신고
문학소녀 이십니다.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신고
정말 잘쓰신다! ^^ 프로로 전향해도 될듯이요 ㅎㅎ 정말!!! 신고
시끌벅적하던 우리네 시골장!
이젠 추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지요^^
할매꽃님 덕분에 추억 한편 소환해보았습니다^
수필 쓰시면 참 잘 어울릴거 같은 글솜씨입니다 신고
아~~소설을 읽은기분이네요.
저만 느낀게아니라 다 같은맘이네요.
가끔 글올려주세요...따뜻한글 잘 읽었습니다^^~ 신고
읽는 사람 흐뭇한 미소가 나오게하는 글 할매님은 심성도천사같은 분 일거라 생각이 드는 휴일입니다. 크리스마스선물받은 기분입니다....
신고
대단한 글솜씨네요. 어렵고 힘들게 하루를 사는 이들에게서 한켠으로 저린 아픔이,,,후~ 신고
필력도 대단하시고.
멋지시네요. 신고
어린 시절이 생각나네요
감성과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람 냄새가 납니다
따뜻합니다 감사해요~ 신고
어릴 적 엿장수가 마을에 오면 멀쩡한 고무신과
양은그릇주고 엿바꿔 먹었다가 진짜 죽을만큼
혼난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 시절 추억의 창고 먼지 쓴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게 하는 좋은 이야기네요 신고
한편의 에세이라고 해야하나 우화라고 해야하나~
정말 잘 읽었습니다. ^^
희망나눔연대 소식지에 실리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꽃할매님 글을 읽으면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가진 건 없었어도 따뜻하고 정감어렸던 어린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고
예전 저희집이 가난했던 시절에 신학기가되면 교과서를 새로 받잖아요.
그중 국어 도덕 책에 나와있는 단문소설이나 수필을 하룻동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꼿할매님 덕에 잠시나마 즐거운 추억을 떠올렸네요^^
감사합니다~~ 신고
이 분 내공이 보통분이 아니시네요
문체도 구성도 아주 좋아요
자주 글 올려 주세요♡♡♡ 신고
^^ 고운 우리들의 꽃할매님~ 어찌 지내셨는지요?
요즘 독감이 극성입니다. 저도 한시름 앓고 이제서야 정상생활이 가능합니다.
건강에 힘 써주셔서 우리곁에 오래오래 함께 머물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오늘 평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웃음지을 수 있는 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래요~ ^^ 신고
와 한편의 수필을 보는거 같았습니다 대박 ㅡㅡ 신고
재밋게 보고 갑니다. 신고
5일장이 서면 가기 싫다는 저의 손을 억지로 이끌고 가셔서 새옷이라 사입히시던 어머니가 생각나네요
어릴때 어머니와 장보던 날은 웬지 창피하다는 생각에 열 발자국 뒤에서 툴툴대며 좇아가던 그 시절
5일장엔 참 이야깃거리가 많았어요^^
푸근한 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신고
나름 열심히 지혜를 짜서 쥐약 장사로 변신한 키만 큰 아저씨가 선하게 눈에 그려지네요 물질의 복은 없지만 순박하고 착하기만한 그런 사람들도 잘 사는 그런 세상은 그냥 유토피아로 남겨 두어야 할까요?? 신고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주시는 할매꽃님의 글 항상 정겹습니다.
그래도 저는 꿈만은 덜 소박하게... 셀트 한 주 팔아 해외여행 가는 꿈을 꾸며 한 해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ㅋ 신고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단편소설집 한 번 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신고
아무생각없이 읽는데도 그림처럼 보이는것도 능력이신것같아요.^^잼나게 봤습니다~~ㅎㅎ 신고
작품성있는 수필을 읽는느낌은
저만의느낌... 신고
글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이참에 수필가로 ~ 신고
꽃할매님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어릴적 시골장터 생각이 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신고
이런글 좋습니다. ^^
셀소주님 때문에 오픈 되셨지만..
우리 주주님들 참 다양하신분들이 많으시구나...
그래서 우리 셀이 더 위대해 보입니다. 신고
살아가면서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서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 정말 힘듦을 체험하고 있으니 나중에 라는 말이 참 무색합니다 마음 아픈 주변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려나 소소한 몇 주의 매도라도 기회를 주지 않네요 꽃할매 님의 따뜻한 마음씨처럼요^^ 신고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신고
제가 사는 5일장에 있을법한 소재로 맛깔나게 표현해주신 꽃할매님!
정말 잘 읽고갑니다.
셀로 맘이 우울했지만 여기 오시는 많은 분들로인해 위로받고 버티어 갑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