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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점심 2009/03/12 19:42
동등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행정 일을 봐야 하는데 그 내용이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저랑 같이 군청에 가자는 말씀이셨습니다. 어머니 집에서 왕복 40여분 거리에 있는 군청에 들러 일을 처리하고 오는 길목에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더군요. 그래서 어머니를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수저를 들고 잠시 생각해보니 어머니와의 바깥 식사가 처음이었던 겁니다. 모른 분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연로한 어머니와 외식 한 번 안하고 살았다면 욕부터 튀어나오시겠죠.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껏 어머니와 외식 한 번 안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저는 지금껏 어머니와 여행 한 번 안다녀왔습니다. 이상한 모자 지간이지만 그 이유는 있습니다.

제 어머니는 지독한 소식주의자시죠. 손이 커서 이웃이나 남 퍼주기는 좋아해도 정작 당신은 어린아이 주먹만큼도 식사를 하지 않으십니다. 육고기는 일체 입에 대지 못하시고, 생선 중에서도 마른 생선을 쩌 조금씩 떼어 드시는 거 외에는 고기를 거의 드시질 못하십니다. 고작 자시는 거라고는 나물류인데, 그 나물도 풋나물 무침보다는 제사상에 오르는 탕류의 나물 반찬만 좋아하십니다.

또 어머니는 자동차를 오래 타시지를 못합니다. 자동차 근처만 가도 코부터 막을 정도로 멀미가 심각하시죠. 간혹 장거리 여행을 가야 할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오면 열차를 이용하시죠. 아주 가까운 거리도 열차를 타고 다녀오셔야 합니다. 그걸 알기에 이번 군청 방문도 아주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짧은 거리를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다녀왔죠.

어머니와 바깥 식사를 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도 있었습니다. 제 나이 스물에 어머니는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아들인 제게 실수를 하셨습니다. 이십 년 동안 늘 자상하고 인자하셨던 어머니셨지만, 그 지나온 세월까지 깡그리 까먹을 수밖에 없는 크나큰 실수를 하셨던 거죠. 그 이후 저는 어머니와 거의 연락을 끊고 살았습니다. 그 세월이 15년도 넘었을 거 같습니다. 모자간의 정을 끊고 살아왔던 것이죠. 어머니가 제아무리 잘못을 했을지언정 자식으로서 저란 사람은 독한 사람이 분명하죠. 그 사실에 대해서는 저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저도 커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편치 못한 삶을 살아왔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더군요. 어머니와의 화해는 밤잠 편히 자고난 아침처럼 이뤄졌습니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아들과 내가 기억하는 내 어린 시절의 어머니로 관계가 다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날 어머니가 점심식사를 아주 맛있게 드시더군요. 평소 식사량에 비해 훨씬 많이 드셨고요. 순간, 어떤 죄책감이 들더군요. 여기저기 모시고 자주 다녔으면 어머니의 짧은 입맛도 길게 끌어드릴 수 있었을 것을. 내가 불효를 해도 너무 오래토록 많이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어머니는 방실방실 소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 후 그런 어머니가 자꾸 눈에 밟히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 주에 다시 어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일이냐고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엄니랑 밥 먹으러 왔어요.” 저는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고는 어머니를 모시고 벌교 꼬막정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머니는 싫다 않고 선선히 저를 따라오시더군요.

솔직히 꼬막이라면 이곳 사람들 흔하게 먹던 겁니다. 찬바람이 일면 매년 빠트리지 않고 먹어왔던 이곳 토속 음식이었죠. 돼지고기 쇠고기보다도 흔했고, 명태 조기보다도 흔했던 먹거리였습니다. 소설 태백산맥을 통해 벌교와 꼬막이 알려지고 이제는 전국적인 먹거리가 돼버렸지만, 과거에는 이곳 사람들과 꼬막을 아는 일부 타지 분들만 드셨던 먹거리였습니다.

지금도 타지 분들은 꼬막을 제대로 드시지 못하시더군요. 꼬막은 무엇보다도 삶는 게 중요합니다. 물이 끓어버릴 정도로 삶아버리면 꼬막들이 입을 벌려버리죠. 그러면 꼬막 특유의 맛을 다 빠져버립니다. 적당한 선에서 빨리 건져버려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또, 꼬막을 먹는 시기가 있습니다. 위에 말했듯이 찬바람이 나는 늦가을에서부터 초봄까지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벌교에서 가끔 보면 타지 분들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꼬막을 사가시던데 시기를 모르고 사시면 꼬막 살이 윤활유처럼 미끄럽습니다. 그때는 맛이 한참 떨어져버리죠.

또 꼬막을 고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꼬막은 청정 갯벌에만 사는데 캐내도 일주일 이상 죽지를 않습니다. 여느 어패류하고는 생명력부터가 다르죠. 그런데 오래 놔두면 간기가 빠져버립니다. 꼬막이 싱거워져버리죠. 그러면 맛이 없습니다. 꼬막 특유의 짭조름하고 쫀득거리는 맛이 떨어져버리죠. 구입하실 때 먼저 꼬막 껍데기에 갯벌이 말랐는지부터 확인하시고, 지나치게 겉이 깨끗한 것도 피하셔야 됩니다. 갯벌이 촉촉하게 달라붙어있는 걸 고르시면 되겠군요. 그리고 파는 사람에게 언제 잡아온 것인지 반드시 묻고 대답을 들어야겠죠.

그날 어머니는 꼬막정식도 맛있게 드셨습니다. 어머니는 내 어린 시절 언제가 이런 말씀을 하셨죠. 내 죽거든 제사상에는 굴비와 나물 반찬 몇 가지만 올려 달라, 그렇게 말씀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날 저는 굴비의 고향 영광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굴비정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가 그 먼 데까지 나서려 하지 않으실 것이고, 무엇보다도 영광에는 철로가 없어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내 차로 모셔야 할 텐데 어머니가 멀미를 견뎌주실지 그게 걱정입니다. 하루면 다녀올 거리지만 며칠 계획을 잡고 다녀와야 할 거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계십니다. 그 어머니의 모습은 늘 한결같지만, 어머니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세월 따라 변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 흐르는 세월은 어머니와의 이별이 멀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거니까요. 어머니와의 이별 후 홀로 남겨질 나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흐르는군요.

 

 


When A Man Loves A Woman / Michael Bolton (마이클 볼튼)

    ♬ When A Man Loves A Woman / Michael Bolton (마이클 볼튼) When a man loves a woman Can't keep his mind on nothing else He'd trade the world For a good thing he's found.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그 마음을 다른 어떤 곳으로도 돌릴 수가 없어요. 그가 찾은 그녀를 위해 이 세상을 다 주고서라도 바꾸지요. 그녀가 못된 여자라고 할지라도... If she is bad, he can't see it She can do no wrong Turn his back on his best friend If he puts her down. 그는 그걸 알지 못하고 그녀의 잘못도 눈치채지 못하죠. 친구가 그녀를 무시하면, 그는 그 친구를 등져 버려요. When a man loves a woman Spend his very last dime trying to hold on to what he needs He'd give up all his comforts And sleep out in the rain If she said that's the way It ought to be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마지막 남은 동전도 다 써버려요. 그가 원하는 그녀와 있기 위해, 그는 모든 편안함을 포기하죠. 빗속에서 밤을 지샐 수도 있어요. 그녀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 When a man loves a woman I give you everything I've got Trying to hold on To your precious love Baby, baby, please don't treat me bad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내 모든 걸 주겠어요. 당신의 소중한 사랑을 계속 간직하려 노력하겠어요. 제발, 나에게 시련을 주지 말아요. When a man loves a woman Deep down in his soul She can bring him such misery If she is playing him for a fool He's the last one to know Loving eyes can never see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그 마음 깊을 저 곳에 상처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 그녀가 사랑의 불장난을 하고 있더라도, 그는 사랑 때문에 눈이 먼다는 것을 결코 알지 못해요. Yes when a man loves a woman I know exactly how he feels Cause baby baby (I am a man) When a man loves a woman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어떤 기분인지 잘 알아요.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죠) 사랑에 빠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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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는날까지 03.13 08:22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꾸벅.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아침 이렇게 글을 읽습니다. 저도 홀 어머니가 계십니다. 04년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홀로 계시죠. 제가 장남이자 혼자라 어머님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몇일전 어머님과 일이 조금 있었는데 오늘 글을 읽으면서 왠지 씁쓸해지는 기분은 .... ^^ 세월에 따라 그리고 나이에 따라 변해야하는 우리 자식의 마음이 전아직 아닌가 봅니다. 아직 제생각이 어머님 생각보다 앞서니 말입니다. ... 오랜만에 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은 차분해 져서 좋네요. 오늘은 막걸리라도 해야겠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요. 이렇게 뵈니 참 좋습니다. 신고

  • 동등 03.20 09:54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답글을 달았군요. 제가 요즘 바빴습니다. ㅎㅎㅎ. 녹토님과 웃는님 뵈러 부산도 가봐야 되는데 짬이 나질 않았군요. 조만간 불연듯 찾아뵙도록하죠. 건강하시고요.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시길 바래봅니다.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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